잠이 오지 않는다. 2주간의 시간이 있었음에도 정리된 것은 하나도 없다. 밤새워 지난 날들을 정리하고 정리해도 끝이없다. 다크서클은 지고 아침해는 떳다. 5:00am. 부모님께 큰절하고 아버지 차에 올랐다. 전철역에 내려 아버지와 포옹하고 서둘러 첫 차에 올랐다. 교복입은 학생들, 정장입은 아저씨, 뽀글머리 아줌마. 모두 어디로 가는 길일까. '내가 입대하는 것을 알까?', '알면 어떤 생각을 할까.' 따위의 쓰잘데 없는 생각을한다. 머릿속에 뭐가 가득한지 잠은 안 오고 퀭한 눈으로 서울역에 도착했다. 대한민국 구석진 곳, 들어본 적도 없는 지역을 향해 마중나온 친구의 차에 올랐다. 'Time to say good bye.' 차안 가득 퍼지는 노래. 묘한 기분이다. 슬픈건지, 두려운건지, 설레는건지 알 수가 없다. 몇 개의 휴게소를 지나 대한민국 구석진 곳에 도착했다. 들어가기 전엔 짜장면을 먹어야 한다고 한다. 삼겹살이 먹고 싶은데. 잠시 고민하다 먹고 싶은 음식을 먹기로 결정했다. 어느곳에나 있을 것 같은 삼겹살집 찾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한참을 헤매다 후미진 곳에 자리한 삼겹살집을 발견했다. 낯선 억양이 어색하게 들린다. 삼겹살에 맥주 한잔. 지난밤부터의 피로가 몰려온다. 고기가 어디로 넘어가는지 모르겠다. 술도 오르고 배도 부르고. 이모에게 양해를 구하고 잠시 잠을 잔다. 얼마나 지났을까. 몽롱한 정신에 차에올라 장교양성소(?)에 들어갔다. 주차를 하고 시트를 뒤로 젖히고 잠시 멍. 심심한 대화가 오가는 와중에도 군대에 가는건지 믿을 수가 없다. 1시까지 입장인지 1시부터 입장인지. 그냥 1시부터 입장이라 단정짓고 고 충성관이라는 건물 앞에서 또 멍하니 서성인다. 고마운 친구에게 인사를 하고 입교서류를 내고 강당에 들어가 간단한 설명을 듣고 어딘가로 인솔되었다. 머리는 짧지만 군인티가 전혀 나지 않는 사람들. 어색한 머리만큼이나 어색한 시간은 계속되었다. 생활관을 배정받고 군복, 속옷을 보급받고 생활관이라는 곳에 들어가니 방 안에 몇 명의 사람이 보인다. "몇 살이에요?" 보급품을 정리하는 내게 누군가 말을 걸었다. "87년생입니다." 말문을 트니 까맣게 칠해진 머릿속에 검정이 옅어진다. 앞으로 방을 같이 쓸 친구들인 것 같다. 나라는 사람을 추억할 물건은 텅 빈 지갑 하나밖에 남지 않았다고 생각하니 쓸쓸한(?) 느낌이 든다. 하계 체육복을 입고 빨간피가 흐를까 의심되는 다부진 훈육장교 통제하에 중대사전에 모여 안 맞는 발 맞춰가며 식당에 도착했다. 밥을 먹는 것인지 마시는 것인지. 그렇게 저녁을 먹고 돌아와선 전투복에 이름표 가 박음질을 했다. 바느질이라 하면 초등학교 가정 시간에 해본 것이 전부. 이놈의 바늘은 옷이 아닌 손가락을 뚫고있다. 10:00pm. 밖에선 가장 활발한 시간. 불은 꺼지고 어색하게 침대에 몸을 뉘인다. 피로감에 쉽게 잠들 수 있을 줄 알았지만, 군대에 대한, 내일에 대한 막연함에 잠이 쉽게 오지 않는다. 잘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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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 1.  (6) 2012.05.21
Synopsis.  (2) 2012.05.20
Intro.  (9) 2012.03.25
Posted by 허벅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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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송태영

    충성!!힘내세요♥♥

    2012.03.26 02:5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2. ㅎㅎ 제대한지..20여년....아.....
    군대이야기라니........꿈에서도 요즘은 잘안꾸는데 말이에요

    2012.03.26 11:0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3. 토챙

    여행일기를 다시볼까 하고 들어와보니 새글이 업데이트되어 있네요.
    이전에도 느꼈지만 참 글을 진솔하게 잘 쓰신다는 생각이 들어요.

    앞으로 남은 기간에도 몸 건강히 복무 잘 하시길 빕니다.

    2012.03.28 04:1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오랜만이에요 토챙님!
      저를 잊지 않고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
      과분한 칭찬도 감사하구요.

      앞으로 남은 863일 몸 건강히 마무리하겠습니다.

      잊지 않고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2012.05.20 23:18 신고 [ ADDR : EDIT/ DEL ]
  4. 약 1년여전 모습인가요?
    지금은 군인티 팍팍 나겠죠?
    남은 기간 몸건강히 화이팅입니당!!

    2012.04.01 11:1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지금 모습은 페이스북에서 볼 수 있어요 ㅎㅎ

      군인티 전혀 안 나는 그냥 아저씨가 되었습니다..

      2012.05.20 23:18 신고 [ ADDR : EDIT/ DEL ]
    • 지금모습보려 페이스북눌렀는데 아무것도 없이 휑~ ㅋㅋ
      친구가 아니라서 안보인가봐요! 포스팅에 보이는 간간히 보이는 모습보니 건강하신듯 합니당 ㅋ

      2012.09.12 21:55 신고 [ ADDR : EDIT/ DE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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