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문득 혼자인 게 싫었던 나는 여덟, 아홉 살이 되던 해에 동생을 갖고 싶다고 말했다. 8~9년 짧은 인생에 처음 해본 부탁이 아닐까. 그렇게 일 년이 지나 그토록 원했던 동생과의 첫 만남. 조막만 한 몸뚱어리로 뒹굴뒹굴 거리는 모습이 귀엽기도, 신기하기도 하다. 동생이 네 살이 될 때까지는 같이 잘 놀았던 것 같은데 언제부터인지 말도 잘 안 하게 되고 서먹해져 버렸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내 나이 스물 하고 하나. 한 여자를 만나게 된다. 지하철로 두 시간 반. 일호선 끝과 끝에 살았던 우리. 그런 그 친구는 우리 동네에 올 때면 줄곧 '지나는 뭐해?' 하며 동생을 챙겼다. 철없는 나는 자주 못 만나는 현실에 단둘이 시간을 보내고 싶었지만, 동생을 챙겨주는 그 친구를 말릴 수 없다. 동생을 불러내어 같이 영화도 보고 밥도 먹고. 그 시절이 고등학교, 심하게는 중학교 삼 학년 이후 처음으로 같이 시간을 보낸 때 같다. 그 후 미국에 가게 되는 것으로 그 친구와 이별을 하고는 동생과는 다시 전과 같은 사이가 되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대화는 더 어려워지고 거리는 더 멀어졌다. 집에서 나누는 대화라곤 "물 가져와.". 밤에 생활하는 나와는 마주치는 일도 없었던 동생. 그리고 입대. 3주차가 지나고부터 일요일 오후에 한 시간 핸드폰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아버지, 어머니에게 전화했는데 지나가 필리핀에 가게 되었다고 전화 한 번 해보라고 하셨다. 동생과 통화를 해본 게 언제인지. 통화 버튼은 쉬이 눌리지 않고, 안 할까 하다 미안한 마음에 전화했다. 건조한 대화가 오갈 것 같았는데 "아빠가 술 먹고 들어와서 엄마한테 혼났어.", "오빠 면회 때 못 갈 것 같아. 필리핀에 가~", "공부도 잘하고 있어." 라며 말하는 동생. 동생과는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 생각하던 내가 얼마나 못나 보이던지. 



동생이 생기면 예뻐해 주겠다던 어린 시절 나와의 약속. 그 약속 이제부터 지켜나가도 늦진 않은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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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생 시절 노트에서.






          ▲ 동생 졸업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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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허벅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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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또 태국에 출장가있는 제 동생놈이 생각나네요...

    2012.06.11 11:0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동생이 있으신가요~?

      동생이 커서 일을 다니면 또 어떤 느낌일지 궁금하네요.

      2012.08.15 21:30 신고 [ ADDR : EDIT/ DEL ]
  2. 동생이랑 나이차이가 많이나시네요~
    나이차이 많이 나면 싸우지도 않을테고 참 좋은 오빠를 둔 동생이네요! 부러워요 !!!

    2012.06.25 20:0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3. 윤중

    쉬운것부터...
    하나씩 동생을 위한다기 보다는 그냥 남들처럼 더 가까이 해 보세요^^

    2012.07.25 16:5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행동이 좀처럼 쉽지가 않네요. 하하.

      군에 있는지라 집에 가는 일도 쉽지가 않고. 후.


      쉬운 것부터 조금씩.. 하다보면 언젠간.. 그렇죠?

      2012.08.15 21:31 신고 [ ADDR : EDIT/ DEL ]
  4. 센스쉐프_Sensechef

    동생도 참 소중한 존재이지요 ! 가까이 있을 때는 모르는 ~
    그러나 떨어져 있어 보면 알게 되잖아요.
    예쁜 동생, 많이 이뻐해 주세요. 결혼하면 떠나니까요... 동생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를 주심에 감사 드려요.

    2012.07.26 09:4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따듯한 관심 감사합니다.

      떨어져 있어 소중함을 알게되었는데
      좋아하는 것도 다르고 무슨 말을 해얄지
      어렵네요. 윤중님 말대로 쉬운 것 부터
      하나씩 해봐야겠어요.

      2012.08.15 21:32 신고 [ ADDR : EDIT/ DE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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